AI·3.4조 원으로 기후 적응 선도할 수 있나

3조 4217억 원, 숫자가 말하는 정부의 선택

AI와 디지털 트윈이 숲을 되살린다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행 역량이 관건

3조 4217억 원, 숫자가 말하는 정부의 선택

 

봄이 왔지만 폭염 경보는 이미 여름 일상의 일부가 됐고, 기후변화는 한국인의 달력을 조용히 바꿔놓고 있다. 정부는 이 변화에 얼마나 진지하게 재원을 투입하고 있는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확정한 2026년 기후변화대응 기술 개발 예산은 3조 4217억 원이다.

 

전년 대비 14.1% 증가(14.1%↑)한 수치로, 단순한 예산 증액이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 적응 실증에 방점을 찍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명이다. 집행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숫자는 숫자로 끝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 투자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다.

 

태양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국산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실증, 청정수소 개발 등 이른바 '탄소중립 핵심 기술'에 신규 예산이 집중 배정됐다. 이 투자 구조는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감(mitigation)' 차원을 넘어, 이미 변해버린 기후 환경에 적응(adaptation)하는 기술로 무게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기후변화 대응의 패러다임이 '막는 것'에서 '버티는 것'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한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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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4217억 원이라는 예산 규모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려면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정부가 편성·운용 중인 연구개발(R&D) 예산 전체와 비교할 때 기후 기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그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 국산화 예산이 신규 배정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SMR은 전통적인 대형 원전과 달리 모듈 단위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핵심 카드로 거론되어 왔다.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실증 사업 역시 산업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자원화하는 기술로, 철강·시멘트 같은 '탈탄소화 난이도가 높은' 산업군에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기술 투자 가운데 구체적 사례로 살펴볼 만한 것이 환경생태 전문기업 수프로의 사례다. 수프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총 사업비 124억 원 규모의 국책 과제에 참여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결합한 생태계 복원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과제는 2026년 4월에 시작해 2030년 12월까지 약 4년 8개월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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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위성·드론·라이다(LiDAR) 기반 정밀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Explainable AI)으로 최적 복원 설계안을 추천하며, 디지털 트윈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과 검증 체계를 갖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기존 방식과 다른 이유는 기술이 '숲을 살리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생태계 복원은 현장 인력이 직접 다니며 표본 조사를 하고, 수십 년간 쌓인 경험치로 복원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위성과 드론이 광범위한 면적을 동시에 진단하고, XAI가 어떤 근거로 어떤 수종을 어느 위치에 심어야 하는지를 설명 가능한 형태로 제시한다면, 복원의 정밀도와 속도 모두 질적 변화가 가능하다.

 

이 지점에서 국제적 시각을 더해야 논의가 풍성해진다.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가 발표한 보고서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네팔, 태국 등 아시아 4개국의 기후 적응 현실을 진단했는데, 결론이 예상보다 냉혹했다.

 

이 나라들의 문제는 자금 부족만이 아니었다. 기후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제도와 역량 자체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더 근본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유엔(UN)은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연간 3650억 달러의 적응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지만, SEI의 진단에 따르면 자금 공급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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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 보고서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읽어서는 안 된다. 3조 4217억 원의 예산이 집행되더라도,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할 사업화 역량과 제도적 기반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숫자는 숫자로 끝난다.

 

AI와 디지털 트윈이 숲을 되살린다

 

물론 반론은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SMR이나 CCU 같은 기술에 대규모 공공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직 상용화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과잉 투자라고 비판한다. SMR은 전 세계적으로 상용 운전 실적이 극히 제한적이며, 건설 비용과 안전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타당하다.

 

AI 기반 생태계 복원 기술 역시 4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로, 당장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에는 시간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비판은 절반만 맞다.

 

기후변화는 단기 대응과 중장기 기술 투자를 동시에 요구하는 복합 위기다. 2030년, 2050년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 씨앗을 심지 않으면 수확할 때가 없다. 위험 분산 관점에서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에 일정 비율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미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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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이번 투자 방향은 옳다. 다만 옳다는 판단과 충분하다는 판단은 별개다.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그 예산이 실제 기술 성과로, 나아가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집행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

 

SEI가 아시아 4개국에서 확인한 '역량 부재' 문제는 한국의 공공 R&D 생태계에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과제 참여 기업이 성과물을 보고서로 제출하고 끝나는 구조, 실증 결과가 정책과 연결되지 않는 단절,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중복 투자는 오래된 숙제다. 3조 4217억 원이 기후 위기의 실질적 완충재가 되려면, 예산의 크기만큼 집행 구조의 품질도 같은 속도로 높아져야 한다.

 

AI와 디지털 트윈이 숲을 되살릴 수 있는지의 여부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쓸 사람과 제도가 결정한다. 한국이 기후 적응 분야에서 진정한 선도국이 되려면, 예산표보다 실행 로드맵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 Q.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6년 기후변화대응 기술 개발 예산 3조 4217억 원은 어떤 분야에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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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 예산은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 적응 실증에 집중 투입된다.

 

구체적으로는 태양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국산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실증, 청정수소 개발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전년 대비 14.1% 증가한 규모로, 탄소중립 핵심 기술 전반에 신규 예산이 배정됐다.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행 역량이 관건

 

Q. 수프로의 AI 기반 생태계 복원 기술은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A. 기존 생태계 복원은 현장 인력의 표본 조사와 경험에 의존했다. 수프로가 참여하는 국책 과제는 위성·드론·라이다(LiDAR)로 광범위한 면적을 정밀 진단하고,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이 최적 복원 설계안을 제시하며, 디지털 트윈으로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수행하는 방식으로 복원의 정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기간은 2026년 4월부터 2030년 12월까지다. Q. UN이 밝힌 개발도상국 기후 적응 자금 목표치는 얼마인가.

 

A. 유엔(UN)은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연간 3650억 달러의 적응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는 자금만으로는 부족하며, 기후 사업을 기획·실행할 제도적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성 2026.05.04 15:20 수정 2026.05.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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