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음악에 남긴 흔적: 호주-우크라이나 작곡가의 애도와 헌정

전쟁과 슬픔 속에서 탄생한 작품

음악적 창작이 사회적 메시지로 변모하다

한국 사회와 시장에 주는 교훈

전쟁과 슬픔 속에서 탄생한 작품

 

예술은 전쟁의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음악이라는 예술 형태가 격정적인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26년 3월 31일 멜버른 대학교 연구 저장소에 게시된 연구는 그러한 사례를 한층 더 심화시킨다. 호주-우크라이나 작곡가 캐서린 리쿠타(Catherine Likhuta)가 작곡한 'Lesions'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고뇌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개인적 이야기를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예술적 창작 과정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Lesions'는 원래 첼로, 프렌치 호른, 클라리넷이라는 이례적인 악기 조합으로 구성된 실내악 작품이었다. 작곡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불치병에 대처하는 심리적 단계를 음악적으로 풀어낸다.

 

슬픔(grief), 불안(anxiety), 부정(denial), 수용(acceptance)이라는 네 가지 가장 흔한 심리적 대처 단계를 네 개의 악장에 걸쳐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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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은 이후 퍼커션 앙상블을 위한 새로운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중, 작곡가의 어머니 이리나(Iryna)가 키이우에서 사망한 사건은 이 편곡 과정에서 강한 영향을 미쳤다.

 

브렌트 밀러(Brent Miller)는 이 편곡 연구를 진행한 편곡자로서, 전쟁이 가져온 개인적 비극을 음악적 헌정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2022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끔찍한 전쟁의 결과로, 캐시의 어머니가 키이우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캐시로부터 이 소식을 듣고, 저는 제 감정을 그녀의 작품 편곡에 쏟아부었고, 이것이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이리나,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바치는 저의 선물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음악적 재구성을 넘어, 편곡이 갖는 헌정의 의미를 분명히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원래 실내악으로 구성된 'Lesions'가 퍼커션 앙상블로 편곡되며 그 감정적 깊이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강렬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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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원래 첼로, 프렌치 호른,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Lesions'의 구조적 및 음색적 변환을 통해,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심리적 슬픔 단계를 소리로 표현하는 격렬한 리듬적이고 감성적인 서사를 순전히 타악기적 표현 안에서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타악기 고유의 리듬 감각과 다층적인 음색은 슬픔, 불안, 부정, 수용이라는 작품 속 네 가지 심리적 단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되었다.

 

특히 이 편곡은 타악기만의 독특한 음향적 가능성을 활용하여, 만성 질환이라는 개인적 트라우마와 전쟁이라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동시에 표현한다. 각 악장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심리적 여정을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집단적 감정을 반영한다. 첫 번째 악장에서 표현되는 슬픔의 단계는 개인적 상실과 국가적 비극이 하나로 겹쳐지는 지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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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쟁과 슬픔, 그리고 무력감을 겪는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동질감을 형성한다. 음악은 종종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강력한 정치적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매개체로 쓰인다. 이번 연구는 그런 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멜버른 대학교 연구는 이 프로젝트가 음악이 사회정치적 옹호와 깊은 슬픔 및 트라우마의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현대 담론에 기여하는 사회 참여적 창작 실천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Lesions'의 편곡은 전통적 음악 분야에서 종종 간과되었던 타악기의 역할을 재조명할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에 대한 창작적이고 예술적인 대응 방식을 제안한다.

 

음악적 창작이 사회적 메시지로 변모하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악보가 고급 삼차 교육 퍼커션 앙상블을 위한 실내악 레퍼토리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삼차 교육(tertiary education)'은 대학 이상의 고등 음악 교육을 의미하며, 이는 전문적인 음악 훈련을 받은 연주자들을 위한 고난이도 작품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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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편곡은 캐서린 리쿠타라는 존경받는 작곡가의 기존 퍼커션 앙상블 작품들의 공백을 메운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원천 자료에 따르면, 리쿠타는 현재까지 퍼커션 앙상블을 위한 작품이 없었으며, 이번 편곡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음악은 단순히 음표와 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시대적 아픔과 세계의 변화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Lesions'는 보여주었다.

 

이는 현대 음악사에서도 중요한 논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퍼커션 앙상블이라는 장르가 가진 독특한 표현력이 전쟁과 질병이라는 이중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음악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실천적 창작 연구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접근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예술이 너무 정치화되는 것은 오히려 본연의 아름다움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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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사회적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청중의 해석 여지를 제한하거나,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리쿠타의 'Lesions'가 가진 메시지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주장일 수 있다. 이 작품은 특정한 정치적 이념이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인간적인 슬픔과 공감, 그리고 트라우마를 기리며 보다 보편적인 정서를 대변한다.

 

예술은 이념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기에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브렌트 밀러의 편곡 작업은 단순한 악기 편성의 변경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그는 원곡이 담고 있던 만성 질환에 대한 심리적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개인적 상실을 하나의 음악적 맥락 안에 녹여냈다. 이는 음악이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역사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강력한 매체임을 증명한다.

 

특히 퍼커션 앙상블이라는 매체 선택은 전쟁의 폭력성과 질병의 고통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리듬과 타격음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한다. 호주-우크라이나 작곡가로서 리쿠타의 정체성 또한 이 작품의 중요한 맥락을 형성한다.

 

두 나라에 뿌리를 둔 그녀의 경험은 'Lesions'에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호주에서 활동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깊이 체험한 그녀의 위치는, 이 작품이 단순히 지역적 사건이 아닌 보편적 인간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브렌트 밀러의 편곡은 이러한 다층적 정체성과 경험을 음악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와 시장에 주는 교훈

 

또한 이 연구가 고급 음악 교육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 가치도 간과할 수 없다. 퍼커션 앙상블을 위한 고난이도 실내악 레퍼토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 편곡은 대학 이상의 음악 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이 기술적 숙련도와 해석적 깊이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 자료로 기능할 수 있다. 더불어 사회 참여적 예술 실천의 구체적 사례로서, 음악이 어떻게 현실의 아픔에 반응하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육적 모델이 될 수 있다.

 

현대 음악이 단순히 감상용 예술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트라우마 치유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학술적으로도 중요하다. 'Lesions'의 편곡은 음악 치료, 트라우마 연구, 사회학적 음악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조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한다.

 

슬픔, 불안, 부정, 수용이라는 네 단계를 음악적으로 구조화한 방식은, 심리학적 이론이 어떻게 예술적 형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시가 된다. 마지막으로, 'Lesions'와 같은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아픔과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가?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은 단지 우크라이나나 특정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인간 본연의 감정과 기억에 닿아 있다.

 

캐서린 리쿠타, 그녀의 어머니 이리나,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바쳐진 이 음악적 헌정은, 전쟁과 질병이라는 보편적 고통 앞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음악은 단지 소리의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가 선택하는 삶의 방식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브렌트 밀러의 편곡 연구는 학술적 엄밀함과 예술적 감수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이 하나로 결합될 때 어떤 의미 있는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멜버른 대학교에서 발표된 이 연구는 단순히 하나의 편곡 악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음악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의미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앞으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위로와 통찰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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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minerva-access.unimelb.edu.au

작성 2026.04.01 15:18 수정 2026.04.01 15:18
Copyrights ⓒ 전국인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현웅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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