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칼럼] 꾸란 vs 성경: 십자가 처형, 그 엇갈린 팩트 체크

"신이 죽어야만 했던 이유", 무슬림은 절대 이해 못 할 십자가의 역설

인류 구원의 미스터리, 왜 하필 '십자가'였나

당신의 죄값은 이미 지불되었다: 2천 년 전 십자가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사건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십자가, 엇갈린 두 시선이 만나는 인류 구원의 지점

 

중동의 뜨거운 태양 아래 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영적 경계선이 선명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이슬람권에서 무슬림들과 살아가며 성경과 꾸란을 동시에 펼쳐 들었던 사람으로서, 나는 가장 본질적이며 동시에 가장 치열한 갈등의 정점인 '십자가'를 마주한다. 무슬림 친구들에게 십자가는 실패와 치욕의 상징이자 신이 결코 허락하실 리 없는 '불가능한 사건'인 반면, 그리스도인들에게 십자가는 창조주가 피조물을 위해 내어준 가장 찬란한 '사랑의 완성'이다. 이 극명한 대비 속에는 인류를 향한 구원의 신비가 숨겨져 있다.

 

대리자의 거부와 대리자의 수용

 

이슬람 신학의 핵심은 신(알라)의 절대적 주권과 유일성(Tawhid)에 있다. 꾸란 4장 157절은 예수가 죽지 않았으며, 유대인들이 그를 죽인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신이 사랑하는 예언자 이싸(예수)를 저주받은 형틀인 십자가에서 비참하게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그들은 예수를 대신해 누군가가 형벌을 받았다는 '대역설'을 믿는다. 고통은 옮겨질 수 없으며, 인간은 각자의 행위로 심판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기독교 신학의 정수는 '대속(Substitution)'에 있다.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준엄한 공의를 만족시키기 위해, 죄 없는 창조주가 직접 피조물의 옷을 입고 그 형벌을 대신 받는 사건이다. 이는 하나님의 무능함이 아니라, 공의와 사랑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자신을 스스로 희생시켜 두 가치를 동시에 완성한 거룩한 역설이다. 이슬람이 '위대한 예언자를 보호하시는 신'을 말한다면, 기독교는 '원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주시는 하나님'을 선포한다.

 

 죄의 무게를 대하는 두 가지 태도

 

두 종교가 십자가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결국 '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서 기인한다. 이슬람에서 죄는 인간의 나약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수'나 '망각'에 가깝다. 따라서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가이드와 율법에 대한 순종이 있다면 구원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죄는 근본적 '단절'이자 '반역'이다. 인간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거대한 심연이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에 놓여 있다.

 

이 심연을 메우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침이 아니라 '생명'이다. 십자가는 인류의 모든 절망과 악을 한 몸에 받아내어 소멸시킨 영적 블랙홀이자,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뿜어내는 화수분이다. 무슬림들은 알라의 자비(Rahman)를 구하며 끊임없이 선행의 무게를 저울질하지만, 십자가 아래 선 그리스도인은 이미 지급된 값(Paid in full)을 신뢰하며 안식한다.

 

역사적 사실 위에 세워진 구원의 다리

 

역사적 증거들은 십자가 사건이 단순한 신화나 환상이 아님을 증명한다. 타키투스, 요세푸스 같은 비그리스도인 역사가들의 기록은 ‘본디오 빌라도’ 치하에서 예수가 처형되었음을 분명히 한다. 이슬람이 주장하는 '대역설'은 7세기에 등장한 주장이지만, 1세기 제자들은 십자가 현장을 목격했고 그 죽음 이후의 부활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만약 십자가가 실패였다면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죽임당한 어린양'을 노래하며 로마의 칼날 앞에서도 당당했다. 십자가는 수치스러운 패배가 아니라, 죄와 사망이라는 인류 최악의 적을 격파한 승리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교리를 넘어, 시간과 공간이라는 역사적 격자 위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구원 사건이다.

 

한 영혼이 건네는 고백: 사랑은 계산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무슬림들과 이웃으로 살면서 내가 만난 많은 이들이 '왜 하나님이 굳이 죽어야만 했나'를 끊임없이 내게 물었다. 그들의 질문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타당하다. “신은 전능한데, 그냥 용서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왜 피 흘림이 필요한가?

 

나 역시 많은 자료 사이에서 그 답을 찾으려 애썼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전정한 그 답은 논리가 아니라 '사랑'의 속성에 있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 본 사람은 알고 있다. 사랑은 효율성을 따지지 않는다. 사랑은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줌으로 그 가치를 증명한다. 하나님은 하늘 보좌에서 "내가 너희를 용서하노라"라는 칙령 한 줄을 내려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직접 먼지 풀풀 나는 인간의 역동 속으로 걸어 들어오셨다. 우리와 함께 울고, 우리와 함께 굶주리며, 결국 우리가 받아야 할 채찍과 매를 대신 맞으셨다.

 

십자가, 하나님의 '계산기'가 고장 난 사건이 아닌, 그분의 '심장'이 터져버린 사건

 

십자가는 ‘공의’라는 차가운 법정의 판결문을 사랑이라는 뜨거운 눈물로 덮어버린 현장이다. 그 굵은 못이 박힐 때마다 흘러내린 피는 인류의 마른 가슴을 적시는 생명수가 되었다. 나는 이제 나의 냉철한 분석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예배자로 고백한다. 십자가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율법의 무게에 짓눌려 신의 눈치만 살피는 고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죽음 덕분에 우리는 이제 그 신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생각해 보라! 이보다 더 기막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작성 2026.03.22 11:36 수정 2026.03.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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